- 자체적인 설정이 붙은 캐릭터가 있습니다.
- 자해 묘사가 있습니다.
이 다음 예정된 일정은 시내 탐방이었다. 모두 체육특기생인 걸 감안해도, 특히 이 세대는 불행한 사고로 인해 수학여행을 가본 적이 거의 없었다. 이를 고려해서 기분이라도 내보라고 자유시간을 준 것 같았지만 사건이 있어서 그런지 대표로 공지 사항을 알리는 윤경택 감독의 당부가 끝도 없이 길어지고 있었다. 늦여름이라지만 갓 정오가 지난 오후의 공기는 텁텁한 열기를 머금어 학생들의 정신은 콩밭에 간 지 오래였다.
“…다들 꼭 두 명 이상 같이 다니고 혹시 이상한 일이 있으면 빠르게 어른들에게 알리도록. 이상이다.”
드디어 주의 사항 전달이 끝났다. 학생들은 찰나의 자유를 얻었다. 그러나 자유가 다 좋은 건 아니었다.
“아니 근데 이 촌 동네에서 볼 게 뭐 있다고.”
태성이 구시렁거렸다.
“그래도 언제 이래보겠어요.”
희찬은 팀 단위로 놀러 다닐 수 있다는 게 좋은 듯했다. 그는 의욕을 보이며 상호와 함께 구경 다닐 만한 곳을 찾기 시작했고, 다은은 어디든 괜찮다 파, 태성은 사사건건 딴죽을 걸었다.
재유는 주변 눈치를 보며 빠져나갈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 제일 요주의 인물인 준수는 한 발짝 떨어져서 가로수 그늘 밑에서 재유를 노려보고 있었다. 자기 말하는데 대놓고 도망쳤다고 기분이 상한 게 분명했다.
반면 원중고 쪽은 다소 소란스러웠다. 휘성이 감독님의 공지가 끝나자마자 제일 가까운 벤치로 걸어가서 드러누웠기 때문이었다. 많이 피곤했는지 오금이 의자 팔걸이에 걸리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조재석이 휘성을 가리켰다.
“휘성이 형이 노숙해요.”
“잘 거면 땡볕에서 이러지 말고, 저기 정자 가서 누워있어.”
박교진이 살살 달랬지만 휘성은 벌써 잠든 건지 귀찮은 건지 반응이 없었다. 안대 대용으로 쓰고 있던 야구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라 표정을 확인할 수도 없었다.
박교진이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얘 우리가 옮길까?”
“그럴까?”
지국민이 동조했다.
“내가 팔 잡을게 니가 발목 잡아.”
“오케이. 아야.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지국민은 휘성의 정강이를 잡으려다가 발길질에 걷어차였다. 반바지에 신발 자국이 찍혔다. 준수가 옛 팀원들을 한심하게 쳐다봤다. 기회다. 재유는 조심스럽게, 기척이 느껴지지 않게 일행에게서 멀어졌다. 도주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듯했으나, 갑자기 방해꾼이 등장했다.
“휘성이 옮기는 거 도와주지 않을래? 너희 꽤 친해진 것 같던데.”
귀찮은 건 질색이라는 듯, 건물 그늘이 드리운 의자에 앉아 있던 전영중이 재유에게 넌지시 말을 걸었다. 재유는 그를 의아하게 쳐다봤다. 자신이 그래야 할 이유도 없거니와 이 키로 딱히 도움이 될 리가 없었다. 전영중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재유만 들을 수 있게 목소리를 낮췄다.
“사실 나 그때 화장실에 있었다?”
재유는 그를 비난하듯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러게 화장실 칸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했어야지. 나는 너희들 때문에 계속 갇혀 있었다고.”
전영중은 능청스럽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감 찔러보는 것도 아니고 굉장히 거슬리는 태도였다. 바로 가시 돋친 말이 튀어 나갔다.
“니 다 알고도 시치미 떼는 거 되게 안 좋아 보이는 거 아나?”
“하지만 휘성이가 털어놓을 생각이 없어 보이는걸. 그걸 굳이 나서서 헤집고 싶지 않아. ……도대체 이게 뭔 일이야?”
전영중은 경직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의 목울대가 꿀렁거렸다. 재유는 표정을 풀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켰다. 이미 들켰다지만 휘성이 간수하고 싶어 하는 비밀을 제 입으로 알려주고 싶지 않을뿐더러 그의 회피적인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궁금했으면, 직접 물어보면 된다. 굳이 헤집고 싶지 않다고? 그건 귀찮고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을 뿐이다.
본인은 모르지만, 패인 안와를 덮은 얇은 살가죽은 인상에 건조함을 더해주었다. 그 버석함이 지금은 그가 반복해 겪은 고난과 발버둥에 힘입어 본래의 둥근 얼굴형을 압도하는 기백을 뿜어냈다. 진재유의 침묵은 전영중의 상상력을 어두운 쪽으로 뻗어나가게 했다.
“그래서 휘성이는 괜찮은 거야…?”
전영중이 떨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그의 얼굴에서는 이제 우려와 두려움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이게 그가 덮어놓고 무시하고 싶은 사실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이리라. 재유는 휘성 쪽을 턱짓했다. 멀쩡한지 니가 직접 보라는 소리였다. 전영중의 얼굴이 구겨졌다. 재유도 무슨 일이 났나 싶어 뒤돌아봤다. 귀찮게 굴다가 선을 넘었는지 휘성이 야구 모자를 쥐고 지국민과 박교진을 후려치고 있었다. 어찌나 옴팡지게 쥐어패는지 준수와 지상 빅맨들까지 합류해 셋을 떼어놓으려고 애쓰는 중이었고 우수진이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대며 그 난장판을 영상 기록으로 남기고 있었다.
“아무튼 뭐 잘 부탁한다고….”
전영중은 어색하게 부탁의 말을 남기고 싸움을 말리러 뛰어갔다. 재유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누가 부탁하지 않아도 그럴 작정이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소란 덕분에 아무도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는 그대로 슬그머니 사라졌다.
다행히 처음 오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박물관을 찾아낼 수 있었다. 길찾기 어플로 확인해보니 큰길 옆에 바로 박물관이 있어 이동 경로가 표시된 화면을 캡처한 사진만 보고도 길을 찾을 수 있었다. 덕분에 데이터도 아낄 수 있었다.
현관에 가까이 다가가자, 자동문이 열리면서 에어컨으로 시원해진 공기가 밀려 나왔다. 로비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긴 벤치와 사진을 찍을 수 있게 얼굴에 구멍이 뚫린 등신대가 눈에 띄었다. 색감이나 입간판, 장식에서 이 시설이 지어진 지 족히 10년은 되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페인트칠은 까진 곳이 없고, 익살스러운 호랑이 마스코트 등신대는 파손된 곳이 없는 등 전반적으로 깔끔했다. 관리가 잘 된 건지, 감성이 구닥다리라 오래돼 보이는 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재유는 요금을 확인했다. 개인 기준 만 5세 미만 유아 3,000원, 어린이/청소년 4,000원, 어른 6,000원. 어른 옆에는 괄호 열고 ‘만 19세부터 64세까지’라고 적혀있었다. 그는 생일이 12월이라 아직 만 18세였다. 절묘하게 1,000원 아낀 셈이다.
“청소년으로 입장권 한 장만 주세요.”
휴대폰 케이스를 벗겨냈다. 그는 휴대폰 뒷면에 비상금으로 늘 5만 원을 넣고 다녔다. 갑자기 서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제는 사비까지 털어 써야 한다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접수원은 5만원권을 보자 현금 계산대의 잔고를 확인하고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어며 5만 원을 돌려보냈다.
“혹시 카드나 잔돈이 있으신가요? 지금 천 원짜리가 부족해서….”
“아뇨…. 둘 다 없는데요….”
그냥 기가 막혀서 허허 웃음이 나왔다. 하다 하다 부족한 잔돈까지 발목을 잡았다.
그때, 누군가 카운터에 카드를 턱 올려놓았다.
“청소년 요금으로 여섯, 어른 하나 부탁드립니다.”
이현성이었다. 그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기막히게 잘 어울리네. 니는 전생에 나무꾼이었나보다.”
태성이 호랑이 마스코트 등신대 옆의 얼굴 뚫린 총각 등신대에 머리를 집어넣은 상호를 보고 감탄했다.
“그리고 니는 전생에 노비일 듯.”
“아 뭐고!”
“아니다. 님은 딱 맨날 밥하는 식모임.”
다은이 태성을 곰곰이 쳐다보다 자신이 떠올린 기막힌 생각에 감탄하듯 탄성을 뱉었다. 재유는 뒤를 흘끗거렸다. 아까부터 뒤통수가 따끔거렸다. 역시나 성준수가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여기까지 쫓아온다고? 그게 제일 먼저 든 생각이었다.
그렇게 뜬금없는 박물관 관광이 시작되었다.
“봐봐라. 이거 니 닮았다.”
“이건 햄 닮았어요.”
“뭐 자식아?”
“햄들 이거 봐봐요. 신기하게 생겼지 않아요?”
1학년들은 자기들끼리 몰려다니면서 왁자지껄하게 떠들었는데 기차 화통을 몇 개나 삶아 먹은 건지 거리가 떨어져 있음에도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수준 낮은 잡담 내용이 다 들렸다. 그렇지만 주의를 줄 필요는 느끼지 못했다. 재유가 방임형 선배에 가깝기도 했지만, 여기는 이 지역의 관광지로서 인기가 시원찮다는 걸 드러내듯 사람이 없었다. 곧 이곳은 원래 간직하던 적막을 되찾았다. 1학년들이 금방 흥미를 잃고 다음에는 어디 갈지 상의하며 빠르게 관람 코스를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재유는 벽에 적힌 설명을 읽어내렸다. 착호갑사. 호랑이와 표범을 잡는 임무를 맡은 갑사로 호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갑사 가운데서 별도로 선발했다. 호랑이로 인한 인명 피해는 조선 건국 초 1년 동안 경상도에서만 수백 명에 이를 정도로 컸으며 이하 생략. 그는 일부러 구무적거리는 중이었다. 준수는 성격이 급하니 꾸물거리면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먼저 가 버릴 것이고 그때 돌상을 확인하자는 계획이었다.
재유는 눈알을 굴렸다. 바로 옆의 유리관에 준수의 모습이 희미하게 비쳤다. 그는 유물이 불구대천의 원수라도 되는 양 살벌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지나가면서 골동품점 있는 거 봤어. 거기 구경하러 갈래? 시꺼먼 판 돌리면 소리 나오는, 나팔 달린 박스 그런 거 있더라. 근데 그거 이름이 뭐였더라?”
재유는 잠시 엉뚱한 고민에 빠졌다. 시꺼먼 판이랑 나팔 달린 박스가 뭐지? 갑자기 정답이 떠올랐다.
“LP판이랑 축음기?”
“어. 대충 그런 이름이었던 것 같아. 그거랑 낡은 라디오, 카세트테이프도 있더라. 다 네가 관심 있어 하는 거잖아. 아니면 스포츠용품점 구경 갈래?”
“그래도 여기 기왕 왔는데 여기만 있는 걸 봐야지.”
“그렇구나.”
재유는 그를 희찬의 논리를 응용해서 타일렀다. 준수는 순순히 수긍하며 도로 전시물을 관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는지 찌르는 듯한 시선을 그에게 돌렸다.
“갑자기 여긴 왜 온 거야? 너 이런 데 별로 관심 없었잖아.”
재유는 대답하지 않았다. 준수는 저 혼자 떠들었다.
“아까 아침에 기상호가 장산범이라고 사람 말 흉내 내는 괴물 딱지 이야기를 해주더라. 혹시 그거랑 관련 있는 거야? 너 어제부터 되게 이상했어. 지금도 그래. 뭐 때문에 그런 거야? 나는 네 친구잖아. 나한테 말해줄 수 없는 거야?”
준수는 애써 목소리를 짜냈다. 재유는 침묵을 지켰다. 그가 전후 사정을 알게 된다면 그 고양이 □끼 회 쳐버리겠다며 덤빌 게 뻔했고 그 꼴을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너무 힘들 것 같았다. 그렇구나. 준수가 중얼거렸다. 재유는 눈에 힘을 줘서 바로 앞에 보이는 설명을 한 글자 한 글자 읽어내렸지만, 고개가 점점 아래로 쳐지는 건 막을 수 없었다.
그때, 성준수가 대뜸 새끼손가락을 그의 얼굴 앞에 내밀었다. 재유는 놀라서 어깨가 들썩거렸다. 준수가 인상을 있는 대로 찡그렸다.
“새끼손가락 걸어. 나랑 약속하는 거야. 언젠가 네가 말해도 괜찮은 때가 오면 너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한테 꼭 털어놓는 거다.”
“니 얼라가?”
황당했다. 손가락 걸고 약속하는 건 아무리 늦어도 초등학생 졸업할 때 쯤이면 졸업해야 하지 않나? 저놈은 졸업까지 반년도 남지 않은 고등학생이고 말이다.
“안 그러면 너 어물쩍 넘어갈 거잖아.”
뼈가 있는 말이었다. 양심이 쑤셨다. 실제로도 재유는 대충 넘어갈 생각 만만이었다. 준수는 얼른 손가락을 걸라는 듯 눈을 부라리며 손을 들이밀었다. 재유는 부들거리는 손을 억지로 펴서 손가락을 걸었다. 그는 스스로를 열심히 설득했다. 이건 기한도 강제력도 없는, 그냥 약속이다.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한히 미뤄도 된다. 하지만 사실 그는 자신을 걱정하는 친구에게 최소한의 의리를 지키고 싶었다.
“도장도 찍어.”
준수는 구단과의 계약서를 검토하는 선수처럼 재유가 손가락 거는 걸 꼼꼼히 뜯어보다 덧붙였다. 재유는 손가락을 맞대는 대신 준수의 엄지를 꾹 눌렀다.
“내가 이겼다.”
재유는 말을 듣지 않는 얼굴 근육을 움직여 웃음 비슷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준수는 어이없어하며 쏘아붙이려는 듯 입을 뗐다가 말이 안 나오는지 대신 한숨을 푹 내쉬었다.
“먼저 갈 테니까 편하게 일 봐.”
준수는 재유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등을 돌렸다. 미련이라고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태도였다. 얼떨떨했다. 꽤 서운해 보였는데 거기다 대고 장난을 쳤으니, 성질이라도 낼 줄 알았다. 잠깐…! 재유는 자기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왜? 망 봐줄까?”
“…아이다. 가라.”
“뭐야. 싱겁게.”
준수는 투덜거리며 걸어가다 갑자기 멈춰서더니 뒷걸음질치다 한 바퀴 돌아 되돌아왔다. 재유를 앞에 두고 잠깐 망설이더니 가볍게 끌어안았다. 충동적인 행동인 게 분명했다. 힘내. 그가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짧게 포옹을 하고 준수 이번에는 정말로 전시관을 빠져나갔다. 그의 걸음걸이는 매정해 보일 정도로 시원했다. 재유는 한동안 그 자리에 못 박혀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재유는 벽을 짚고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질질 끌며 나아갔다. 여태 돌상 비슷한 건 보지 못했으니, 앞으로 가야 했다.
전시 코스의 중간에는 야외 쉼터와 연결되어 있었다. 현무암으로 돌길을 깔아놓고 돌을 쌓아 정자와 조화되게 화단을 조성한 쉼터는 향토적인 멋이 있었다. 가운데에는 줄로 울타리를 둘러놓은 돌상이 있었다. 그의 명치께에 눈가가 오는 작달막한 돌상은 창을 들고 있었다. 이게 그가 찾던 돌상인 게 확실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건물주는 돌상을 찾아보라는 말만 했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잘라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양심도 양심이지만 돌을 무슨 재주로 자르란 말인가.
일단은 기도를 올려보기로 했다. 자신보다 나이를 훨씬 많이 먹었을 조각에게 예를 보이면 물건에 깃든 영 같은 게 감동해서 축복을 내려준다든지 하지 않을까 싶은 유교와 무교적 관점이 뒤섞인 발상이었다. 돌상을 마주 본 채 공손하게 양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재유는 종교 시설에 갈 시간에 동네를 쏘다니거나 농구공을 튀기는 아이였다. 그게 아쉬운 적은 없었지만 이럴 때 어떤 식으로 기도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자기 소망을 빌었다. 제발 아무 잘못도 하지 않는 사람까지 죽고 다치는 끔찍한 일을 막을 수 있게 해달라고, 내 잘못을 만회할 수 있게 해달라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딱 하고 꽝꽝 언 얼음이 쪼개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눈꺼풀을 슬며시 들어 올렸다. 석상은 별 차이가 없었다. 번뜩 아이디어가 스쳐 지나갔다. 투박하게 덩어리져 있는 다른 한국식 조각과는 다르게 이 석상은 손과 창 부분이 명료하게 떨어져 있었다. 낱개씩 우산을 꽂게 되어있는 우산꽂이처럼 창이 손에 꽂혀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침을 꿀꺽 삼키고 조심스럽게 창을 쥐었다. 쩌렁쩌렁하게 방범벨이 울려 경찰이 들이닥치고, 손목에 수갑이 채워지는 부분까지 상상을 마쳤건만 창은 아무런 저항 없이 손에서 뽑혀 나왔다. 애초에 따로 조각해서 꽂아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여전히 고요한 정원에서는 새 지저귀는 소리와 차 소리가 들렸다.
창을 손바닥 위에서 이리저리 굴려보다 살짝 휘둘러 보았다. 팔꿈치부터 손끝에 오는 짧둥한 길이였는데 재료가 돌이라고 무게는 묵직했다. 이제 문제는 이걸 어떻게 챙겨나가냐는 거였다.
한창 고민하던 찰나, 휴대전화가 울렸다. 절도라 할 수 있는 행위를 한 뒤라 매우 놀라서 창을 떨어뜨릴 뻔했다. 이현성 감독에게 걸려 온 전화였다.
-니 어디고? 아직 박물관이가? 슬슬 출발해야 하니 어여 차 타는 데로 와라. 처음 모였던 데 기억하지?
“네. 곧 갈게요.”
재유는 전화를 끊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방법은 정면 돌파밖에 없었다. 흰 티 위에 햇빛막이로 얇은 셔츠를 걸친 차림이었는데 셔츠 밑에 창을 숨겨 나왔다. 다행히 카운터를 지키고 있는 직원은 휴대폰을 보느라 그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재유는 약속 장소로 돌아갔다. 달달거리는 시동음이 울리고, 버스 기사가 사람들 짐을 짐칸에 집어넣고 있었다. 준수는 감독님들 옆에서 짐 싣는 걸 돕고 있었다. 그는 재유가 뭔가 숨기고 있는 걸 봤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고 들키지 않게 제 몸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가려주었다. 재유는 준수의 엄호 덕에 남의 주의를 끌지 않고 버스에 탈 수 있었다. 그는 좌석 위 짐칸에다 창을 올려두려다 머뭇거렸다. 이대로 두면 이리저리 굴러다닐 것 같았다. 준수가 자신이 메고 있던 허리 가방을 벗더니 가방끈을 창대에 풀리지 않게 감아서 짐칸에 올렸다. 이러면 아무렇게나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창을 짐칸에 대충 숨긴 뒤에는 휘성을 보러 갔다. 그는 나무 밑 원형 벤치에서 가방을 베고 누워있었다. 곁에서 우수진이 알짱거리고 있었는데 왠지는 모르겠지만 재유를 보자 은근히 반가워했다.
“여기는 왜 왔어요?”
“인마 상태 보러 왔다. 그래서 인마 이제 깨워야지.”
“아직 짐 싣는 중인데 조금이라도 더 자게 놔두는 게 낫지 않을까요?”
“얘들아…. 나 깨 있어….”
휘성은 비실비실 대꾸하면서 얼굴을 덮고 있던 모자를 치웠다. 눈 밑은 누가 주먹으로 친 것처럼 시퍼레 여전히 매우 피로해 보였지만 잠깐 눈 붙였다고 상태가 그나마 나아진 것 같긴 했다.
재유는 우수진에게 눈치를 줬다.
“내가 인마 데려갈 테니 먼저 가 봐라.”
우수진은 머뭇거렸지만, 휘성까지 가보라고 손을 내젓자 버스를 향해 뛰어갔다.
“일 다 봤어?”
우수진이 가자, 휘성이 하품을 하면서 물었다. 재유는 있었던 일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휘성은 간간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가방에서 삼지창을 꺼냈다. 그가 숨길 생각도 하지 않는 걸 보니 결판낼 때가 다가왔다는 게 실감 났다. 갑자기 걱정이 되었다.
“이제 어떡할기가?”
“내가 보기에는 가는 길에 백퍼 방해할 거야. 먹잇감이 입에서 뛰쳐나가려는 걸 그냥 보고 있을 리가 없어.”
“그래서 어쩌려고?”
“열심히 빌어봐야지.”
휘성은 옅게 웃으면서 삼지창을 까닥거렸다. 재유는 그의 몸 상태 때문에 우려되었다.
“그거 내가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얘가 큰일 날 소리를 하네? 니 어디가 이쁘다고 간청을 들어주겠냐?”
휘성은 정색했다. 재유는 가자미눈을 뜨고 그를 째려봤다. 그러는 니는 뭐 있긴 하냐? 휘성은 해맑게 웃었다.
“내가 이래 봬도 이 신격이 몸주로 봐주는 사람의 조카인데 간절히 빌면 뭐라도 해주지 않을까?”
재유는 골이 아팠다. 대책 없다는 소리구먼. 하지만 기도라는 건 원래 인간이 해답을 내놓을 수 없는 사안에 대해 마지막으로 빌어보는 행위지 않은가?
“휴대폰 줘 봐. 연락처 줄게.”
재유는 휴대폰 비밀번호를 풀어 그의 손바닥에 올려두었다.
“이건 내 이모 연락처야. 돌아가고 며칠 있으면 먼저 연락하실 거야. 시키는 대로 하면 돼. 그동안 네 주변 사람들 해 지고 돌아다니지 못하게 시켜.”
재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준수는 러닝, 희찬이는 숙소 생활 안 하고, 나머지 애들은 편의점 가는 거 빼면 해 떨어지고 나서 나갈 일이 없었다. 감독님이 문제인데, 이건 감독님 신발을 숨기는 한이 있더라도 못 나가게 막을 것이다. 준수한테 당분간 밤에 애들 못 나가게 꽉 잡아두라 해야지, 따위의 생각을 하다가 빼먹은 게 있다는 걸 떠올렸다.
“니 전번도 내놔라.”
“내 전번? 받아 봤자일 텐데….”
휘성은 노골적으로 탐탁잖아했지만 뻔뻔스럽게 들이밀어지는 휴대폰에 항복해 전화번호를 찍었다. 싫은 티 내는 것 치고 순순히 번호를 알려주는 게 석연찮아서 목을 꺾으며 그를 빤히 쳐다봤다. 휘성은 상체를 뒤로 빼며 시선을 먼 곳으로 돌렸다. 애쓰는 게 가상해서 너그럽게 넘어가 주기로 했다. 재유는 장난스럽게 주절거렸다.
“내는 연락 잘 안 하는 스타일이라 니가 먼저 해야 할 거다. 문자나 카□보다 전화가 좋고. 알았지?”
“그걸 왜 나한테 말하는 거야?”
“어허.”
재유는 눈을 부라리며 팔꿈치로 그의 옆구리를 찔렀다.
“아무튼 별일 없었으면 좋겠는데…….”
“야. 니들 그만 속닥거리고 슬슬 버스 타.”
지국민이 타는 인원 확인하다가 휘성과 재유를 향해 외쳤다. 아까 옮긴다고 까불었다가 얼마나 얻어맞은 건지 휘성이 모자를 고쳐 쓰려고 챙에 손을 가져다 대자 멈칫거렸다.
휘성은 빨리 오라며 손짓하는 지국민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혹시 이번에 내가 실패해도….”
“실패해?”
재유는 저도 모르게 정색했다.
“아니. 혹시나. 혹시나 하는 소리야.”
휘성은 별일 아니라는 듯 손사래 쳤다. 하지만 그는 사람의 심금을 울릴 말을 하려는 웅변가처럼 숨을 크게 들이마셔 가슴에 공기를 채워 넣었다.
“만약 내가 실패하고 네가 또 하루를 반복하게 돼도. 재유야. 절대, 절대 포기하지 마. 고지가 멀지 않았어. 너한테는 앞날을 바꿀 힘이 있어. 정말 너는 해낼 수 있으니까, 운명을 바꿀 수 있으니까 그걸 놓치지 마!
그리고 내 친구들, 후배들, 감독님까지 잘 부탁해.”
“그걸 와 내한테 부탁하노? 니 사람들인데 니가 해야지.”
재유는 어떻게든 이 불편한 상황을 장난으로 치부하며 웃어넘기고 싶었지만, 얼굴에 쥐가 난 것처럼 표정이 마음대로 지어지지 않았다.
“내가 남까지 건사할 수 있었으면 이러고 살았겠냐. …미안해.”
어색하게 있는데 누군가 그들의 어깨에 턱 손을 얹었다.
“아그들아. 그만 수다 떨고 퍼뜩 타라.”
이현성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이현성 감독에게 붙들려서 버스에 탔다.
버스에 타면 준수가 알아서 창 던져둔 곳 밑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창가 쪽에 앉아 있어서 재유가 통로 쪽에 앉게 되었다. 안전벨트를 매던 재석이 휘성의 손에 들린 걸 보자 눈을 반짝이며 몸을 쭉 뺐다.
“형 그거 뭐예요?”
“오는 길에 철물점에서 기념품으로 샀어.”
휘성은 성의 없는 거짓말을 하며 눈치껏 재유 왼편에 있는 통로 좌석에 앉았다. 그는 기도하듯 양손을 깍지 낀 채 삼지창을 쥐고 눈을 감았다. 좌석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그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던 조재석을 그의 옆에 앉은 지국민이 목덜미를 쥐고 억지로 자리에 앉혔다.
탈것에는 금방 사람을 재워버리고 마는 마력이 있다. 어제 단체로 잠을 설친 영향이 큰지, 버스가 출발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운전기사와 재유를 제외하고 전부 잠에 빠지고 말았다. 에어컨 공기는 시원하고, 엔진이 돌아가는 미세한 진동이 의자를 흔들었다. 잠든 사람들이 내는 얌전한 숨소리 사이로 코 고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최소 한 명 이상이었다. 그 준수조차 푹 잠들어서 고개가 차가 턴할 때마다 관성에 의해 이리저리 흔들거렸다.
낮에는 호환귀가 활동하지 않는 편이고, 부산으로 돌아가게 되면 연락이 올 때까지 버텨야 했다. 앞으로는 무슨 돌발상황이 발생할지 전혀 모르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최대한 체력을 비축하고 판단력을 유지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잘 수 있을 때 자 둬야 했다. 하지만 재유는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계속 심장이 갈비뼈를 뒤흔들 듯이 두근거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무 평화로웠다. 너무 불안했다.
재유는 왼쪽을 쳐다봤다. 휘성은 아까와 비슷한 자세로 기도하고 있었다. 양 팔꿈치를 무릎에 대고 등을 수그리고 있는데 눈까지 감고 있어 머리를 앞 좌석에 기댄 채 졸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자꾸 그의 얼굴을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곧 버스는 산길에 접어들었다. 오른편이 경사 급한 비탈인 왕복 2차선 도로는 구불구불했고, 울창하게 자란 나무 그늘 때문에 어두웠다. 덕분에 자기 딱 좋은 환경이 되었다. 커튼을 쳐도 빛은 신경 쓰일 정도로 밝으니 말이다.
재유는 지금이라도 휘성에게 교대하고, 너는 한숨 자라고 제안할지 말지 30분째 고민하는 중이었다. 마음만 같아서는 억지로 뺏어서 바톤터치를 하고 싶었지만 니가 해봤자라는 휘성의 반응이 마음에 걸렸을뿐더러 굳이 건드려봤자 좋을 게 없을 것 같았다.
그때였다. 두꺼운 고기를 톱니 달린 빵칼로 써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곧바로 왼편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휘성이 등을 부들거리면서 떨고 있었다. 피가 그의 바지와 신발, 바닥에 점점이 떨어졌다.
재유는 오랜만에 머리가 하얗게 표백돼서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 상태를 겪었다. 한편으로는 선득하게 뛰던 심장이 이런 상황이 친숙하다는 듯 차분해졌다.
그 예민한 신경으로 위기를 감지한 걸까. 기막힌 때에 준수가 일어났다. 시□. 그는 재유가 쳐다보는 쪽을 보더니 짤막하게 욕설을 내뱉고 즉시 안전벨트를 풀었다. 재유는 준수를 붙잡았다. 그가 사고를 칠까 우려하는 건 아니었다. 도리어 옛 동료가 자해를 한 게 무서울 수도 있는데도 행동하고 보는 한결같음이 재유의 마음을 안정시켜 주었다. 하지만 중상자는 세심하게 다뤄져야 하고, 몸이 움직이는 대로 행동했다 낭패를 볼 수도 있었다. 준수는 차분하게 재유를 바라봤다. 그는 촌각을 다투는 사태에서 재유가 자신에게 적절한 지시를 내려줄 거라 믿었다.
“준수. 일단 가서 어른들한테 상황을 알려라. 내가 인마 살피고 있을게.”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좌석 위 짐칸을 잡으며 앞자리로 이동했다.
그동안 재유는 휘성의 상태를 확인했다. 휘성은 삼지창으로 제 목을 찔렀는데 애매하게 무딘 삼지창의 칼날이 목을 파고들며 살갗을 엉망으로 헤집어 놓았다. 상처 부위의 살점이 일어나 우둘투둘했다. 검붉은 피가 그의 손을 적시며 팔을 타고 흘러내렸다. 정신력, 신물, 신격의 삼각형 중 인간의 정신력이 제일 먼저 동난 것이다. 신장님께서 부디 굽어살피어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시고…. 그 와중에도 그는 끊임없이 기도를 중얼거렸다. 제 생명을 끝장내라는 속삭임과 이번만큼은 절대 질 수 없다는 결의가 충돌하고 있었다.
준수는 돌아와서 상황을 전달했다.
“일단 코치님이 119에 신고했고, 어떻게 할지 기사님이랑 얘기해 보고 있어.”
재유는 머릿속으로 할 일을 정리했다. 여기는 산길이기 때문에, 차를 멈추고 구급차를 기다리기보다 쭉 달려서 도시로 가는 게 합리적으로 보였다.
“점마 손을 창에서 때 놔야 한다.”
재유는 준수에게 귓속말했다. 손이 떨리면서 상처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일단 이것부터 막아야 했다.
준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휘성의 오른쪽 손목을 붙잡았다. 재유가 휘성의 손가락을 창대에서 떼어냈다. 잘못해서 날이 큰 혈관을 건드리게 되면 휘성은 염라대왕에게 절을 올리러 가게 될 터, 이건 손놀림이 좋은 재유가 해야 한다는 합의였다.
재유는 휘성이 읊는 기도를 혀 아래에서 굴리며 손가락을 창대에서 떼어냈다. 준수가 휘성의 팔을 좌석 팔걸이에 대고 눌렀고, 재유는 걸치고 있던 셔츠를 벗어 움직이지 못하게 팔걸이에 팔을 동여맸다.
피범벅이 되어 미끈거리는 손을 티에 대충 닦고, 왼팔도 팔걸이에 고정시키려는데, 윤경택 감독이 다가왔다. 그는 오는 길에 지국민을 깨워 사태를 알리고, 애들 단속을 당부했다.
윤경택 감독은 휘성의 상태를 다시 확인하고, 119와 연결된 전화로 부상 정도를 설명한 전달한 뒤, 준수와 재유에게 돌아가는 상황을 알려주었다.
“지금 차를 돌리거나 할 수 없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읍내까지 나가야 할 거라고 하더구나. 너희는 일이 끝나면 내가 상태를 볼 테니, 제 자리에 앉아라.”
예상한 바였다. 재유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남은 손을 떼는 작업에 착수했다.
“저거 대체 뭐야?”
지국민이 갑자기 창밖을 내다보며 엉뚱한 소리를 했다. 뭔가 싶어 밖을 봤던 준수가 경악한 채 창 너머 숲을 가리키며 재유의 등을 쳤다. 재유는 전혀 놀랍지 않았다. 그가 아는 한, 인간의 정신을 꼬드겨 원하는 행동을 수행하게 할 수 있는 존재는 지금 상황에서 하나밖에 없었다.
재유는 느릿하게 고개를 들어 유리창 너머 어둠을 쳐다봤다. 멧돼지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짐승이 버스와 속도를 맞춰 뛰고 있었다. 호환귀였다. 그것의 검은 가죽은 나무 그림자에 완벽히 녹아들어 꿈틀거리는 털의 흐름으로 간신히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었다. 산의 일부분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요동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입꼬리가 귀까지 찢어진 시뻘건 미소와 초승달을 뒤집어둔 것 같은 기분 나쁜 눈웃음만은 똑똑히 보였다.
호환귀는 사냥감을 덮치듯 버스의 측면으로 뛰어들더니, 운전석 창문을 향해 앞발을 휘둘렀다. 비명은 들리지 않았지만, 폭행의 위협을 막기 위해 버스 기사와 승객을 분리하는 차단막에 질척한 피와 살점이 튀겼다. 이제는 아무 감흥도 들지 않았지만 한 가지 생각만 또렷했다.
휘성이는 여기서 확실히 죽겠구나. 재유는 속으로 뇌까렸다.
“모두 고개 숙여!!!”
윤경택 감독이 소리 지르면서 자신의 몸으로 재유와 준수를 덮으며 바닥에 내리눌렸다. 곧 버스가 가드레일을 들이박았고,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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