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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고+원중고]재유 반복 잔혹사-12

자체적인 설정이 붙은 캐릭터가 있습니다.자해 묘사가 있습니다.이 다음 예정된 일정은 시내 탐방이었다. 모두 체육특기생인 걸 감안해도, 특히 이 세대는 불행한 사고로 인해 수학여행을 가본 적이 거의 없었다. 이를 고려해서 기분이라도 내보라고 자유시간을 준 것 같았지만 사건이 있어서 그런지 대표로 공지 사항을 알리는 윤경택 감독의 당부가 끝도 없이 길어지고 있었다. 늦여름이라지만 갓 정오가 지난 오후의 공기는 텁텁한 열기를 머금어 학생들의 정신은 콩밭에 간 지 오래였다.“…다들 꼭 두 명 이상 같이 다니고 혹시 이상한 일이 있으면 빠르게 어른들에게 알리도록. 이상이다.”드디어 주의 사항 전달이 끝났다. 학생들은 찰나의 자유를 얻었다. 그러나 자유가 다 좋은 건 아니었다.“아니 근데 이 촌 동네에서 볼 게 뭐..

[지상고+원중고]재유 반복 잔혹사-11

재유는 긴 복도를 달리고 있었다. 좌측에는 창문이 주르륵 나 있었지만 밖에는 흔한 가로등 하나 없어 그믐밤의 깜깜하고 공허한 하늘만 무한히 펼쳐져 있었다. 전등도 켜져있지 않았기 때문에 흑백으로 간신히 물체의 윤곽이 구분될 정도로 어두웠다. 바닥에는 발목까지 비린내를 풍기는 점성 높은 액체가 차 있어 발을 딛을 때마다 불쾌하게 질척거리며 체력을 잡아먹었다.그는 공포에 질려 있었다. 등 뒤에서 무언가 쫓아오고 있었다. 직접 보지는 않았다. 그것의 존재를 스르륵거리는 액체의 흐름으로만 인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에게 따라잡히면 죽는다는 사실만큼은 또렷하게 떠올랐다.얼마나 뛰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숨은 가쁘게 차오르고, 다리는 쇳덩어리를 매달아 둔 것처럼 둔중했다. 이미 그는 한계였다. 그는 제일..

[지상고+원중고]재유 반복 잔혹사-10

자체적인 설정이 붙은 캐릭터가 있습니다.오후에는 역시 이전까지랑 비슷하게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보슬보슬 내리던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했다. 가끔 모습을 비춰 놀라움을 선사하던 벌레들도 보이지 않았고 멀쩡한 바닥에서 사람들이 미끄러지곤 했다.재유는 지금 체육관 바닥에 대자로 엎어져 있었다. 너무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근육이나 인대가 상한 건 아니었다. 오늘따라 다리에 힘이 잘 안 들어가고 온몸이 흐느적거리는 것 같기는 했다. 몸 상태가 나쁠 이유도 없어서 기분 탓으로 치부했는데, 꼬마가 놓쳐버린 아이스크림콘처럼 철퍼덕 넘어질 줄이야. 그것도 다른 학교 애들까지 보는 앞에서.상호가 쪼르르 달려오더니 재유 옆에 엎드렸다. 날카로운 시선이 날아와 꽂혀 얼굴 옆면이 근질거렸다.“니 뭐하나..

[지상고+원중고]재유 반복 잔혹사-9

자체적인 설정이 붙은 캐릭터가 있습니다.재유는 다시 어중간한 새벽에 일어났다. 희미하게 들리는 풀벌레 울음소리와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메들리처럼 울려 퍼졌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준수가 이불과 베개를 두 개씩 차지하고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준수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점차 마음이 편안해졌다. 시선을 느꼈는지 준수가 뒤척거렸다. 그의 등에 배긴 이불을 빼 주고, 에어컨 온도를 높인 뒤 샤워용품을 챙겨서 나왔다.씻고 나서 챙길 걸 가져오니 할 일이 없었다. 원중고 애들은 아직 깨지 않았을 시간이었다. 온 애들 잠을 깨울 용기는 여전히 없었다. 방에 돌아가자니 준수를 깨울 것 같았고, 움직이기 귀찮기도 해서 그냥 방문 옆에서 앉아 기다렸다.약간 텁텁한 공기 속에서 젖은 머리카락이 눅눅..

카테고리 없음 2026.05.05

[지상고+원중고]재유 반복 잔혹사-8

잔인한 묘사가 있습니다.재유가 진정하자, 준수는 이 덥고 습한 날씨에 복도에 서있어야 했던 일 학년들이 들어올 수 있게 방문을 열어주었다. 그렇지만 그들의 가엾은 처지는 달라지지 않았다. 일 학년들은 최대한 적은 면적을 차지하려 했고, 장롱 옆 구석에 밀집한 체 휴대폰 액정만 두들겼다.초장 물 닦은 대걸레를 화장실에 돌려놓고 온 준수가 재유 옆에 앉았다. 그가 재유에게 음료 캔을 내밀었다. 제□ 캔이었고, 따뜻했다. 자판기 관리를 제대로 안 하는지, 이 여름에도 따뜻한 음료가 나오는 모양이었다.재유는 음료수 캔을 꼭 쥔 채로 옆으로 기울어졌다. 머리에 준수의 어깨가 닿았다. 준수가 그를 흘끗 내려다봤다. 재유는 캔을 만지작거렸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한 번 더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알고 있었다. ..

카테고리 없음 2026.05.05

[지상고+원중고]재유 반복 잔혹사-7

재수가 없고 산만한 저녁 연습이었다. 다 같이 뭣에 홀리기라도 했는지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 미끄러지거나 튕겨 나가는 공에 머리를 얻어맞아 쓰러지곤 했다. 합숙 내내 심심하면 기어 나와 스릴을 선사하던 벌레들도 자취를 감춰 더듬이 끄트머리도 보이지 않았다. 연습이 진행되는 내내 게임의 배경음악처럼 악악거리는 고함이 메아리쳤다.“아이씨. 뭔 고라니가 저리 살 떨리게 우노. 기운도 참 좋다.”태성이 구시렁거리며 뒷머리를 긁었다. 아마 그도 무서운 것이리라. 태성은 아무도 맞장구쳐주지 않자 멍하니 서있는 상호에게 괜히 버럭 성을 냈다.“니는 그 평소에 하던 빙□같은 대꾸 엿 바꿔 먹었노! 마! 니까지 정신 놓고 뭐 하나!”“왜 상호한테 그러냐? 님이나 잘 하셈!”“아따, 거기! 조용히 해라. 기상호! 니는 정신..

[지상고+원중고]재유 반복 잔혹사-6

자체적인 설정이 붙은 캐릭터가 있습니다.기상호는 진재유를 보자 뭔가 굉장히 심상치 않다는 희찬이의 의견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준수와 함께 밥을 먹으러 들어온 재유는 눈동자가 공허한데도 느껴지는 기운이 드세며 얼굴에서 알쏭달쏭하고 흐릿한 미소가 새어 나오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사회적 규율에 따르려는 이성은 사람이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표정에서 감정이 드러나지 않게 한다. 그러니 그 웃음은 분위기의 변화가 아니라 이성의 상실, 광기의 징조였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거슬렸던지 준수가 뒤를 돌아 급식실 입구에 달라붙어서 구경하고 있는 지상고 1학년들에게 사나운 눈총을 줬다. 1학년들은 오늘 특히 심기가 불편한 성준수가 입을 열고 비속어를 푸짐하게 내뱉기 전에 빛의 속도로 도망쳤다.상호는 후퇴하는 김에 그가 ..

[지상고+원중고]재유 반복 잔혹사-5

재유는 팔을 문지르면서 이부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났다. 너무 추워서 몸을 움직이기 힘들었다. 정신은 얼음장 같은 계곡물 온도를 생생하게 떠올리는데 뇌와 신체의 상태는 초기화되어 괴리를 일으켰다. 폐에 들어있지도 않은 물을 배출하려고 기침이 연거푸 나왔다. 환상통처럼 어디 맞은 데도 없는 뒤통수가 욱신거렸다. 지금이 몇 시지? 충전기 줄을 잡아당겨서 휴대폰을 찾았다. 액정에 뜨는 시간은 6시 남짓을 가리키고 있었다.…□바. 어느 새□야? 준수가 뒤척거리다가 짜증스럽게 중얼거렸다. 미안타. 침을 잘못 삼켜서 사레들렸다. 재유는 기침 나오는 걸 간신히 진정시키고 대답했다.아…. 재유 너야? 괜찮아? 내는 괜찮으니까 얼릉 자라. 재유는 준수 등에 깔린 이불을 빼서 배기지 않게 잘 덮어주었다. 준수는 비몽사몽 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