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비지타임/재유 반복 잔혹사

[지상고+원중고]재유 반복 잔혹사-11

으어엌 2026. 5. 5. 23:43

재유는 긴 복도를 달리고 있었다. 좌측에는 창문이 주르륵 나 있었지만 밖에는 흔한 가로등 하나 없어 그믐밤의 깜깜하고 공허한 하늘만 무한히 펼쳐져 있었다. 전등도 켜져있지 않았기 때문에 흑백으로 간신히 물체의 윤곽이 구분될 정도로 어두웠다. 바닥에는 발목까지 비린내를 풍기는 점성 높은 액체가 차 있어 발을 딛을 때마다 불쾌하게 질척거리며 체력을 잡아먹었다.

그는 공포에 질려 있었다. 등 뒤에서 무언가 쫓아오고 있었다. 직접 보지는 않았다. 그것의 존재를 스르륵거리는 액체의 흐름으로만 인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에게 따라잡히면 죽는다는 사실만큼은 또렷하게 떠올랐다.

얼마나 뛰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숨은 가쁘게 차오르고, 다리는 쇳덩어리를 매달아 둔 것처럼 둔중했다. 이미 그는 한계였다. 그는 제일 기본적인 본능인 생존욕구를 포기할 수 있을 정도로 체력적으로 한계에 달해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계속해서 달리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에게 쥐어진 손의 감촉이었다.

뻣뻣한 저항감에 그가 느끼는 당황스러움이 전달되었다. 하지만 군말 없이 재유를 따라와주고 있었다. 그가 보내는 신뢰였다. 죽을 거면 같이 죽고, 살 거면 같이 살겠지만 네가 나를 죽게 둘 리 없다는 믿음. 종교를 믿지 않았지만 이 순간 재유는 알고 있는 모든 신들에게 빌었다. 이 애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고, 제발 나는 상관 없으니 내 친구만은 살려달라고.

결국 재유는 뭔가에 걸려 넘어졌다. 기분 나쁜 액체가 몸을 온통 적셨고, 바닥에 부딪힌 갈비뼈와 턱이 아팠다. 불쾌한 감촉과 통증을 도외시하고, 재유는 뒤를 돌아봤다. 친구가 괜찮은지가 그의 신경을 차지한 유일한 주제였다.

하지만 그가 꼭 쥐고 있었던 건 팔뚝 아래가 뚝 잘려져 나간 새하얀 팔이었다.

애초에 잘린 팔뚝을 붙잡고 뛰었던 것이다.

재유는 뛸 의지를 잃어버렸다. 그의 두뇌를 가득 메운 주제는 한가지였다. 대체 언제부터? 생존은 이제 의미가 없었다. 인생에 그 말고도 소중한 사람이 있고, 하고 싶은 것도 많건만 절망에 짓눌린 정신은 그 순간만큼은 그것들에게서 삶을 이어갈 의미를 찾아내지 못했다.

물이 몸을 휘감았다. 입 속으로 비릿한 것이 밀고 들어왔다. 역청처럼 찐득한 액체가 목구멍을 틀어막았고,

“…. …유! 일어… 봐라!”

양 팔을 잡아당기는 힘이 느껴졌다. 물에 빠졌다 끌려나온 것처럼 컴컴한 복도의 잔상이 안개처럼 흩어져 무의식 속으로 스며들었다. 고개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누군가 그를 부르는 것 같긴 한데, 혼곤한 정신으로는 도무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도로 눕고 싶었다. 몸이 너무 무거웠다.

“아이고…. 아가 땀에 푹 절었네.”

익숙한 목소리가 쯧쯧 혀를 찼다.

“재유야. 일어나야 돼. 땀에 젖은 옷 입고 있으면 감기걸려.”

뭔가 입술에 닿았고, 차가운 게 입을 타고 넘어왔다. 들려주는 대로 물렁한 컵을 쥐고 무의식적으로 물을 홀짝거렸다. 덕분에 약간은 정신이 들었다. 재유는 피로에 절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애써 굴렸다. 나는 누구고 여기는 어디인가.

어제 꾀병을 부려 어른들이 쓰는 방에서 잠에 들었던 데 까지는 기억이 났다. 이상한 복도에서 죽어라고 뛰었던 일은 전부 꿈이었던 것이다. 오랜만에 꾼 악몽은 참 사람 기분 우울하게 만들었다.

잠이 확 깼다. 어제 그는 방에 부적을 붙이고 소금을 뿌렸으며 어른들이 깨기 전에 치워야 했다. 그런데 그를 부른 사람, 이미 깨있는 사람이 있었다.

재유는 황급히 눈을 떴다. 상상치도 못한 광경이 펼쳐졌다. 어슴푸레하게 날이 밝아지고 있었고 서인진 코치랑 이현성 감독이 난장판을 치우고 있었다.

“깼니? 일단 씻어라. 너 그러고 있으면 감기 걸리겠다.”

서인진 코치는 여상하게 말했다. 재유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왜 저 꼬라지를 보고도 아무 말도 안 하는 걸까? 용의자는 넷이지만 이런 짓을 할 사람은 뻔했다. 눈알을 굴렸다. 하지만 그들은 방 꼴에 대해 따져물을 생각이 없어보였다.

재유는 곤란한 질문이 들어오기 전에 도망치기로 했다. 얼릉 입에 남은 물을 털어넣고 세면용품을 챙겨서 나왔다. 곧장 샤워실로 가려다 방향을 틀어 지상고 숙소 문 앞을 얼짱거렸다. 문 손잡이를 조심스럽게 돌렸다. 아직 다들 자고 있을 시간이었다. 문 여는 소리 때문에 잠을 방해받을 수도 있지만 직접 확인하지 않고는 불안감을 견딜 수가 없었다. 방 문은 잠겨있었다. 실핀이라도 가지고 나왔다면 열 수 있었겠지만 그건 방 안 짐 사이 어딘가에 껴 있을 것이다. 문에 귀를 가져다 댔다.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은 이걸로 무사할 거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씻고 돌아와 보면 어른들은 아직 자고 있는 윤경택 감독이 깨지 않게 조심하며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니도 묵어볼래?”

이현성 감독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커피가 든 종이컵을 내밀었다. 재유는 커피를 마셔본 적이 없었다. 카페인을 먹으면 키가 안 큰다는 낭설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오늘은 물을 뒤집어써도 정신이 맑아지질 않아서 받아마셨다. 달콤함 밑으로 씁쓸함이 치고 올라왔다. 처음 마셔보는 믹스커피는 단 것도 아니고 쓴 것도 아닌 미묘한 맛이었다.

한동안 옹기종기 모여 커피만 홀짝거렸다. 말문을 연 건 이현성 감독이었다.

“감독님은 꿈 꾸셨어요?”

“혹시 코치님도? 저는 누나들이랑 부모님이 문 너머에서 문 열어달라 하시는 꿈을 꿨어요.”

“저도 비슷합니다.”

“그거 되게 기분나쁘지 않나요? 무슨 역사 시간에 나올 법한 구시대 말투를 구사하면서 가족이라고 꼬드기는데 누가 속아요 그걸.”

“그러니까요. 그런 주제에 목소리는 똑 닮아서 더 기분나빴다니까요.”

둘은 아직도 자고 있는 윤경택 감독을 쳐다봤다.

“윤 감독님 잘 주무시네요.”

“귀신도 불신자는 어떻게 못 하나 봅니다. 그래서 재유 니는 어땠나?”

갑자기 화재의 흐름이 재유에게 넘어왔다. 이현성 감독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를 툭툭 건드렸다. 우리 패는 다 드러냈으니 너도 말해 보라는 투였다.

“저도 비슷해요.”

“에이. 마. 솔직하게 말해봐라.”

재유는 저도 모르게 이현성을 흘겨봤다. 다 알면서 떠보는 게 훤히 보였다. 문제는 이현성이 어떻게 재유가 거짓말을 했다는 걸 확신하냐인데…. 잠꼬대 때문이구나. 준수가 꿈 내용을 잠꼬대로 말하는 걸 들은 적이 몇 번 있었다. 예상치 못한 사태였다. 애초에 무의식적 반응을 어떻게 제어한단 말인가?

재유는 자리를 피하기로 했다. 상대는 확신을 가지고 추궁하려고 시동을 걸고 있는데 당해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저 화장실 갔다올게요.”

“저 저 대놓고 피하네.”

이현성 감독은 못마땅했지만 순순히 보내줬다.

자유의 몸이 된 재유는 원중고 숙소방으로 향했다. 일단 팀원들의 무사를 얼추 확인하자, 뒤늦게 타학교가 신경쓰였다.

그의 우려는 적중했다. 방문에 접촉 사고난 자동차를 연상시키는 흠집이 가득 나 있었다. 흠집의 모양은 짐승의 발톱자국과 유사했다. 재유는 황급히 문을 두들겼다. 반응이 없었다. 다시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진재유다. 니들 괘안나? 대답 해봐라! 계속 대답 없으면 문 따고 들어갈기다!”

밖에 있는 대상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만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문 틈 사이로 보는 갈색 눈동자 한 짝이 재유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내렸다.

“진짜 진재유네? 너 잘 왔다. 이리 와봐.”

지국민은 눈에 띄게 안심하며 재유의 손목을 붙잡아 끌어당겼다. 방 안으로 들어가자 날 선 시선이 일제히 꽂혔다. 시선은 지국민이 데려온 게 사람이라는 걸 확인하자 온화해졌다. 다들 눈 밑이 거뭇한 걸 보면 잠을 전혀 못 잔 모양이었다. 박교진이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듯 힘을 줬던 다리를 쫙 폈다. 그가 깔고 앉은 이불말이가 꿈틀거렸다. 재유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이불말이의 양 끝에는 사람 머리와 정강이가 삐져나와 있었다.

지국민이 재유를 끌어다 휘성 앞으로 데려다 놓았다.

“얘 어떻게 좀 해봐.”

지국민은 재유에게 뭐라도 해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담긴 시선을 보냈다.

“휘성이 형이 깨워도 안 일어나요….”

우수진이 울먹거렸다.

휘성은 아직 누워 있었다. 뼈마디가 도드라지고 핏줄이 돋아날 만큼 꽉 진 주먹과 꽉 악문 턱. 미간에 깊게 골이 패일 정도로 찡그린 표정. 이걸 수면이라 칭할 수 있다면 그는 필시 아주 끔찍한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재유가 휘성을 흔들어 봐도 상태는 변함없었다.

“쳐 봤나?”

“저기서 더 세게 치면 눈알이 터지든지 고막이 터지든지 둘 중 하나는 터질걸요?”

조재석이 뚱하게 덧붙였다. 지국민이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볼이 붉으스름하다 했는데 열 때문에 그런 게 아니었나보다. 재유는 고민에 잠겼다. 휘성은 강력한 압력 앞에 있는 힘껏 저항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태 못 일어난 즉슨 힘겨루기가 계속되면 그가 패배할 게 자명했다. 꿈과의 싸움에서 패배한 사람은 어떻게 되는가?

솔직히 막막했다. 준수와는 악몽의 강도가 비교할 수 없어 보이는데, 준수는 원체 예민해서 흔들 필요도 없이 이름만 불러도 퍼뜩 일어났다. 폭력으로 자극을 줘서 깨우자기에는 지국민보다 더 아프게 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등 뒤에서 바닥을 두드리는 소음이 주의를 끌었다.

“그래서, 저거 좀 어떻게 안 되겠나?”

재유는 참지 못하고 뒤편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전영중이 갓 낚은 월척처럼 퍼덕거리는 소리가 자꾸 집중력을 깨뜨렸다. 신경쓰여서 견딜 수가 없었다.

전영중은 이불에 돌돌 말린 채 원중고 져지로 겉을 묶어 봉한 군함말이 꼴이 되어 있었다. 인권박탈에 대한 항의를 막기 위해서인지 입에는 스포츠타월을 재갈마냥 물려 놓았다.

“우리도 어쩔 수 없었어. 영중이가 문을 열어주려고 했어.”

박교진이 변명했다.

“그게 뭔 소리고?”

지국민이 눈두덩이를 누르며 지친 기색을 내비쳤다. 그가 설명하길, 새벽에 전영중이 밖에 부모님이 있다며 문을 열어주려 했단다. 다행히 늦지 않게 붙잡을 수 있었으나 전영중은 계속 정신을 못 차리고 헛소리를 늘어놓으며 저항했기 때문에 묶어둘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진짜 환장하는 줄 알았어. 이상한 꿈 꿔서 기분 잡쳤는데 그 꿈대로 문 밖에서 못 들어본 말투로 괴상한 게 지껄이고 있지. 근데 전영중 이 새□는 소름끼치게 활짝 웃으면서 문 열어야 한다는 소리만 해서 □나 환장했지.”

지국민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서늘하게 중얼거렸다.

“참고로 재갈은 제 솜씨에요. 해외 특수요원 유튜브가 이럴 때 도움이 되더라고요.”

조재석이 소곤거렸다. 뿌듯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재유는 방에 테이프가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려다가 그만뒀다. 모르는 게 약인 영역이 있는 법.

“금마 이제 풀어줘도 괜찮지 않겠나?”

전영중이 자꾸 원독에 찬 눈으로 박교진을 노려보는 게 심상찮았다. 한창 분위기 안 좋을 때 준수에게 지적받은 태성이 눈을 저렇게 뜨곤 했다.

“진재유 형도 들어왔는데 괜찮지 않을까요? 해도 떴고요.”

우수진이 재유를 흘끗거렸다.

“그러면 풀어준다?”

지국민은 맹수 우리의 잠금을 풀 듯 조심스럽게 전영중을 묶고 있던 져지와 재갈을 풀어주었다. 전영중은 신체의 자유를 되찾자마자 박교진에게 덤벼들어 멱살을 휘어잡고 마구 흔들었다.

“뚱땡이 □꺄, 내가 궁뎅이 치우라고 했지.”

놀란 지국민이 황급히 전영중을 붙잡아서 떼어놓았다. 박교진도 당하고 있지만은 않아서 전영중의 머리카락을 휘어잡았다. 순식간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2학년들까지 싸움을 말리러 뛰쳐나갔다.

어쨌거나, 전영중은 자유를 되찾았다. 재유는 힘을 보태줄 수도 없는 난장판에 관심을 끄고 차분하게 휘성을 관찰했다. 식은땀에 절은 모습을 보니 문득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화장실에서 종이컵에 찬 물을 따라왔다. 같은 수돗물이라도 여기는 산중이라 그런지 도시보다 물이 더 차가웠다. 그걸 냅다 얼굴에 들이부었다.

으허헉! 휘성이 튕겨오르듯 일어났다. 그러나 그는 일어나서도 정신을 차리질 못했다. 눈의 초점이 맞지 않았다. 얼굴 바로 앞에서 손가락을 튕겼다. 반응이 없었다.

이크. 재유는 튕겨나오는 조재석을 보고 몸을 뒤로 뺐다. 주먹질을 하면 농구 커러어에 지장이 생긴다는 걸 인지하고 있을 정도로는 이성이 남아있는지 박교진과 전영중은 보기 우스꽝스러운 드잡이만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정신사나운 몸싸움이 수습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재유가 외쳤다.

“내가 임마 데려가도 되나?”

“어, 어. 괜찮아.”

싸움 말리느라 정신 없는 지국민이 대충 대답했다. 재유는 나동그라져 있는 조재석이 밟히지 않게 조심하며 휘성의 팔을 어깨에 두르고 일어났다. 체중이 실리니 비틀거리긴 했지만 무사히 일어날 수 있었다. 그러니 원체 키 차이가 많이 나서 휘성을 짐떼기처럼 얹은 꼴이 되었다. 그의 티셔츠 속에서 뭔가 떨어졌다. 재유는 다른 사람의 눈에 띄기 전에 발로 밟았다. 발바닥에 붙은 물체를 주워 보면 나무 조각 두 개였다. 원래 한 덩어리였는지 쪼개진 부분이 정확히 맞물렸다. 합치면 초콜릿 조각 하나 정도의 크기였다. 표면이 오돌토돌한게 문양이 새겨져 있는 것 같으나 시꺼멓게 변색되어 알아볼 수 없었다.

재유는 주변을 둘러봤다. 다행히도 아무도 이걸 눈치채지 못한 듯 했다. 나무 토막을 주워 자신의 주머니 속으로 숨겼다.


재유는 이휘성을 앞마당 주차차단봉에 앉혀놨다. 방에 있는 것보다 밖에서 바람도 쐬고 녹음도 보고 햇빛도 보는 게 회복에 훨씬 도움이 될 것 같아서였다. 애석하게도 휘성은 유리창에 충돌한 새처럼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재유는 탑돌이 하듯 주차장 공터를 빙빙 돌았다. 험한 거라도 눈에 안 띄면 회복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였다.

갑자기 건물 안에서 걸걸한 비명이 들렸다. 재유는 순간 심장이 떨어질 정도로 크게 놀랐다. 갑자기? 해 떠 있으면 괜찮았잖아. 어떡하지? 순간적으로 다양한 생각이 머리를 터질 듯 채웠다.

“저거 뭐야?”

휘성이 눈을 부릅뜨며 위를 올려다봤다. 날카로운 눈매에 걸맞은 이지가 돌아왔다.

“야. 너 폰 울리는데 확인해 봐야 하지 않아?”

재유는 그제야 자신의 휴대폰이 떨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간신히 정지 상태에서 벗어나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확인했다. 이현성 감독의 공지였다. 원중고 숙소 방문을 누가 칼로 죄 긁어놔서 경찰을 불렀고, 다들 되도록 둘 이상 같이 다녀라. 이상. 아무 일 없었다는 걸 깨닫자, 맥이 풀렸다. 재유는 휘성이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화면을 보여줬다. 휘성은 미간을 있는 대로 구기긴 했지만 당장 탈 난 사람이 없다는 데 안도한 것 같았다.

“그래서 다른 애들은? 우리 애들 괜찮아?”

휘성은 두통이 오는지 머리를 붙들고 오만상을 쓰다 재유를 붙잡고 다급히 물었다. 푹 잠긴 성대는 가뭄 든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지는 소리를 냈다.

“아들 다 무사하다.”

“그래? 정말 다행이다.”

휘성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재유는 휘성에게 짤막하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했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애들한테는 미안하게 됐네.”

“그래서 다른 방은 다 괜찮은 것 같은데 왜 니네 학교 방만 그 난리가 난 기가?”

“나 때문이지. 별것도 아닌 게 깝쳐서 심기가 아주 불편하시대. 그래서 당장이라도 뼈째로 씹어 잡수시고 싶은데 문을 걸어 잠그고 안 나오잖아.”

휘성은 안면근이 굳어 움직이지 않는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려 가며 비아냥거렸다. 재유는 예의상 물어봤다.

“괜찮은 기가?”

“겠냐? 나는 지금 존나 단단히 찍힌 거라고.”

거 어제도 고분고분하게 봐 주는 건 아닌 것 같더구만. 재유는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걸 참았다. 몸이 아프면 별 게 다 서럽고 짜증 나는 법이니까. 대신 그는 주머니에서 나무토막을 꺼내서 보여줬다.

“그래서 이거 뭐고? 너한테서 떨어진 건데.”

“뭔데? 이리 줘 봐.”

휘성이 손을 내밀었다. 재유는 저번에 상자 조각을 받았을 때처럼 놀랄까 봐 망설이다 토막을 건넸다.

“아. 이거 내 목걸이.”

그는 나무를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힘없는 탄성을 내뱉었다. 목걸이? 그런 걸 하고 다녔나? 재유는 인상을 찌푸렸다. 휘성은 티셔츠 목 아래를 더듬어 가죽 끈을 끄집어냈다. 끈에는 장식을 달 수 있게 고리가 연결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달려있지 않았다. 반토막 나는 바람에 줄에서 빠진 모양이었다.

“그건 뭐고? 그냥 장식은 아닐 테고.”

“음…. 비유하자면 벌레막이 기능 달려있는 기피제 같은 거야. 어디 가서 모기한테 물어뜯기고 다니는 건 완전히 못 막아줘도, 미친 사마귀가 나 물어뜯겠다고 점프하는 건 막아줄 수 있어.”

벌레 기피제와 모기와 사마귀와 곱등이라니. 직관적인 비유긴 하나 참 없어 보였다. 그리고 그 보호막 정도 되는 목걸이 장식은 반으로 쪼개져 있었다. 재유는 구태여 괜찮냐고 물어보지 않았다. 휘성은 혀를 차며 나무 조각을 만지작거리다가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아…. 갑자기 그가 울상을 지었다.

“뭐고.”

“휴대폰 뒤에 부적 껴놓는데…. 그것도 바스러졌겠지? 어떻게 치우지?”

참 현실적인 문제였다. 그렇지만 언제나 사소한 게 중요한 법이었다. 재유는 그의 옆에 걸터앉으며 다소 습관이 된 질문을 했다.

“그래서 니는 무슨 꿈 꿨나?”

휘성은 니가 뭔 그딴 걸 다 물어보냐는 듯 노려봤다. 이럴 때 먼저 예시를 제시하면 쉽게 대답을 이끌어낼 수 있다. 사실을 말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재유는 충동적으로 사실을 털어놓았다.

“참고로 내는 친구 손 잡고 복도에서 같이 뛰는 꿈 꿨다. 뒤를 돌아보니까 애초에 내가 잡고 뛴 건 잘린 팔이더라.”

재유는 앞만 쳐다보면서 지나가는 구름을 분석하는데 온 신경을 쏟아부었다. 가을의 징조일까. 바람이 많이 불어 구름이 쉴 새 없이 흘러갔다. 휘성은 그를 흘끗거리며 기분을 살폈다. 질문을 억지로 삼킨 게 뻔했다. 놀랍게도 눈치라는 게 존재한 모양이었다.

재유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휘성이 더듬더듬 경험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문득 잠이 깼어. 방 안에는 나 혼자 이불 펴고 누워 있었고, 문밖에서 누나가, 아빠가, 엄마가 문을 열어달라고 부르고 있었어. 금방이라도 뚫고 들어올 것처럼 문을 긁어대면서 말이야. 내가 아무 반응도 하지 않으니까 점점 화를 냈어. 그런데 내가 이런 일 한두 번 겪나? 새끼손가락 억지로 움직여서 잠에서 깼어.

일어나 보니까 원중고 기숙사 방이었어. 지금까지 일어났던 일이 개꿈 중의 개꿈인 것 같아서 얼마나 안심했는지 몰라. 잠 깬 김에 목말라서 물을 마시러 주방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애들 머리가 들어있었어. 너무 놀라서 비명을 질렀는데, 갑자기 속살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언제인지 몰라도 거실 TV가 켜져 있었고, 지직거리는 화면 속에서 그게 입꼬리가 찢어져라 웃고 있었어.

너무 놀라서 그대로 기절한 것 같았어. 일어나니까 본가에 있는 내 방이었어. 일어날 시간이니까 진짜 꿈에서 깬 줄 알았지. 그냥 꿈이라는 데 안도하면서 세수하러 화장실에 가기 전에 방 커튼을 걷었는데, 창문 바로 앞에서 그게 내 방을 들여다보고 있었어. 그 시뻘겋고 번들거리는 눈동자랑 시선이 마주친 뒤로는 또 쓰러졌고, 이런 식으로 계속 꿈 속의 꿈에서 깨어나길 반복했어.”

휘성은 힘겹게 말을 마치고 어깨를 늘어뜨렸다. 묘사는 투박했지만 그게 끔찍함을 반감시켜 주지는 못했다. 그래서였을까.

“그렇구만. 고생했네. 이제까지 쭉.”

휘성은 눈을 깜빡거렸다. 갑자기 깜짝선물을 받은 아이 같은 반응이었다. 놀라움은 곧 치욕과 분노로 바뀌었다.

“네가 뭘 안다고 그래? 아무것도 보지도, 듣지도, 느끼지도 못하면서!”

“내는 당연히 모르지. 사람은 절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하지만 경험에 비추어 상상해 볼 수는 있다. 내가 거진 일주일 동안 겪은 걸 니는 강도는 약해도 평생에 걸쳐 겪었다는 거 아이가. 정말 힘들었겠구나, 싶지. 그동안 고생 많았다.”

재유는 휘성과 시선을 맞췄다. 그가 진심을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휘성은 눈을 피하며 입을 벌렸다가 닫길 반복했다. 목이 메어서 말이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 어쩐지 눈가에 물기가 있었다.

“너 혹시 준수한테도 이러고 살아? 어쩐지….”

간신히 내뱉은 말은 엉뚱하기 그지없었다. 휘성은 그마저도 다 잇지 못하고 양 손바닥에 얼굴을 파묻었다. 어깨가 들썩거렸다. 어제 말 심하게 해서 미안해. 마냥 네 잘못이 아니라는 거 알아. 그런데… 그러면 버틸 수가 없어서…. 그가 흐느끼며 중얼거렸다. 재유는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비탈길에서부터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경찰차 한 대가 매끄럽게 주차장에 차를 댔다. 이현성보다 너덧 살 많아 보이는 경찰과 정년을 목전에 둔 듯한 경찰 2인조가 차에서 내렸다.

“거기 학생들! 나와 있지 말고 들어가 있으세요.”

젊은 경찰이 재유와 휘성을 발견하고 외쳤다. 나이 든 쪽이 별안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휘성은 언제 훌쩍거렸냐는 양 재유의 손목을 잡고 잽싸게 건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 보면 아침 준비가 한창이었다.

“좋은 아침.”

희찬이 머리의 물기를 수건으로 털어내며 밝게 인사했다. 재유가 물기를 정통을 얻어맞아 얼굴을 손으로 닦아내자 미안해하며 고개를 숙였다. 평범한 밤을 보낸 것처럼 일상적인 광경이었다. 어안이 벙벙했다. 일단은 세면도구와 갈아입은 옷을 돌려놓고 짐을 싸야 했다. 그는 숙소 방문을 열었다가 남산만 한 덩치들이 켄넬에 들어간 개들처럼 좁은 방에 포개져 있는 모습을 보고 흠칫 놀랐다. 원중고 방문 훼손 사건 때문인지 지상고 방에 애들을 전부 몰아넣은 것 같았다.

조재석은 꾸벅꾸벅 졸고 있는 우수진의 다리를 베고 있다가 옆으로 돌아누웠다. 그가 머리를 괴고 다리를 꼰 채 물었다.

“나 어때?”

“끝내줌. 섹시함.”

다은이 휴대폰을 보며 엄지를 들어 올렸다. 다은의 상태 역시 괜찮아 보였다. 조재석은 좋다고 까르륵거리며 웃었다. 그렇게 으르렁거렸건만 그새 친해진 모양이었다. 이상한 화합의 장에 딴죽을 걸어야 하는 원중고 애들은 잠이 부족해서 졸고 있었다. 재유는 끼리끼리 잘 놀라고 도로 문을 닫았다. 정말 다행히도 지상고 사람들은 상쾌한 밤을 보낸 것 같았다.

“뭐야. 너 언제 왔어?”

준수가 칫솔을 들고나오다 재유를 발견하고 놀랐다. 세안도 해서 얼굴에서 물이 떨어졌지만, 머리는 부스스했고 눈이 반쯤 감겨 있었다. 여전히 비몽사몽한 걸 보니 꿈을 제대로 꾼 모양이었다.

“얘들아. 화장실 들어가서 씻어라.”

심각하게 문을 살피는 경찰 옆에서 이것저것 설명해 주고 있던 서인진 코치가 어른들 방으로 들어가며 복도를 오가는 학생들을 해산시켰다. 하지만 언제 애들이 어른들 말을 곱게 들은 적이 있긴 하던가? 원중고 학생 대표로 경찰에게 어젯밤 있었던 일을 설명하던 지국민은 방으로 돌아가는 척하다 문이 닫히자 그대로 뒤를 돌아서 열쇠 구멍에 귀를 가져다 댔다. 지상고 방문이 열리더니 태성이 고개를 내밀었다. 타이밍을 재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확실히 들어간 거 맞죠?”

재유와 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태성은 확인을 받자, 발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걸어가서 지국민과 자리 협상을 시작했다. 태성을 경멸하던 준수의 발이 점점 올라갔다. 재유는 그가 태성을 걷어차기 전에 평소처럼 인사를 건네서 신경을 다른 데로 돌렸다.

“잘 잤나?”

준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단도직입적인 반응이었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 무슨 일을 겪었는지 조잘거렸다.

“존□ □같은 꿈 꿨어. 뭔 내용이냐면, 여기 시설 방에 나 혼자만 누워있는 거였어. 그 시점에서 이건 꿈이라는 걸 눈치챘어. 그런데 엄마, 지수, 아빠가 방문 열어달라고 하는 거야. 일단 여기 가족들이 어떻….”

아니, 경찰씩이나 되셔서 그따위로 일하면 예? 월급 왜 받으십니까?! 이현성의 고함이 준수의 말을 잘라먹었다. 준수가 소리가 들린 쪽을 노려봤다. 감독님. 진정하세요. 서인진 감독이 말리는 소리도 들렸다. 문에 달라붙어 있다가 놀라서 흠칫한 태성과 눈이 마주쳤다. 감독님 저렇게 화내시는 거 처음 봐요. 태성이 입을 뻐끔거렸다. 일반 칼 가지고는 저렇게 쇠문을 긁어놓을 수가 없어요. 장비가 필요할 텐데 새벽에 그 소리를 아무도 못 들은 거잖아요? 이게 말이 안 된다는 겁니다. 나이 든 목소리가 끈기를 가지고 이현성 감독을 설득했다. 어린놈이 바락바락 소리 지르는 데도 차분했는데 산전수전 다 겪은 연륜은 대단했다.

준수는 잡음을 무시하고 설명을 재개했다.

“더 섬뜩한 건 가족들이 무슨 알아듣기도 힘들 정도로 이상한 사투리를 썼다는 거야. 솔직히 무서웠거든? 그래서 무시하고 자려고 억지로 눈을 감았어. 그런데 이 꿈 때문에 내일 컨디션 망치고 기분까지 잡칠 거 생각하니까 빡치는 거야. 그래서.”

“그래서?”

“그게 닥칠 때까지 문 발로 걷어차면서 쌍욕 박았어. 누가 이기는지 보자는 심정으로 지랄하니까 조용해져서 그대로 잤지. 그런데도 일어나니까 영 찌뿌둥해. 시□.”

재유는 참지 못하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어쩜 사람이 저리 한결같을까. 그걸 성질머리를 못 이겨서 기어코 이겨 먹다니. 준수다웠다.

“재미있어? 니는…. 아니다. 에휴….”

준수는 재유를 째려보다 한숨을 쉬었다. 한 소리 하려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그만둔 것 같았다.

갑자기 지국민과 태성이 급하게 문에서 떨어졌다. 이현성 감독이 문을 거칠게 열었다. 애들이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식식거리고 있는 걸 보면 화가 많이 난 게 훤히 보였다. 태성한테 얻어맞았을 때도 저렇게 화내지는 않았는데.

준수는 화를 식히는 이현성 감독과 복도로 나온 경찰에게서 신경을 껐다. 그는 몽롱한 눈을 갑자기 부릅뜨고 재유를 노려봤다.

“그래서 너는 알고 있었지?”

“뭔 소리고.”

“아니. 너는 다 알고 있었잖아. 이거 대체 뭔데?”

준수가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재유를 노려보며 양어깨를 꽉 붙들었다. 돼지 저금통에서 동전을 꺼내듯, 진실을 토해낼 때까지 짤짤 흔들거라는 집요함이 느껴졌다. 재유는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렸다. 식은땀 한 줄기가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이걸 어떻게 둘러대지? 성준수는 한번 확신한 이상, 자신이 만족하는 답을 얻어내기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거기, 학생.”

누군가 불렀다. 준수는 다른 사람을 부르는 거라 여긴 건지 아랑곳하지 않고 재유를 추궁했다.

“너는 대체 어쩌다 이런 개□같은 일이 일어날 거라고 알아차린 거야? 네가 머리가 좋긴 하지만 이건 사람이 예상할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났잖아. 어설프게 발뺌할 생각 하지 마. 내가 바본줄 알아?”

“학생!”

“아, 왜요!”

준수는 짜증 내며 뒤를 돌아봤다. 경찰 2인조 중 나이 많은 쪽이 그를 불렀다. 그는 준수가 반응하자 고개를 기울였다. 동시에 머리에 수건을 두른 휘성이 재유를 자기 몸으로 가리고 화장실로 밀어 넣었다. 그가 문을 닫으며 조용히 있으라고 쉿 소리를 냈다.

“와 그러노?”

“저 아저씨 너 부른 거야. 하이씨…. 눈치는 빨라가지고.”

“와? 그 양반이 내를 와 찾노?”

“네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걸 눈치깠어. 뭐가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한데 가끔 나이 먹으면 그런 쪽 촉이 좋아지는 경우가 있거든. 갈 때까지 숨어있는 게 좋을걸. 발견하면 백퍼 귀찮게 군다. 준수랑 헷갈려서 망정이지.”

“와 내를 귀찮게 구노?”

“저 사람들은 이 지역사니까 그 호랑이 귀신에 대해 아는 거 있을걸? 진짜 믿지는 않았겠지. 그런데 문에 난 발톱 자국을 봤네? 그러면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리지 않았을까? 그런 상황에서 눈앞에 동아줄이 지나가면 어떻게 해서도 구워삶고 싶겠지. 그 정도는 아니어도 확인은 하고 싶을 거고.”

“오. 그렇구나. 이해했다.”

휘성이 흡족해하는 재유를 못마땅하게 쳐다봤다.

“뭘 보나.”

“왜 사람이 질문이 많아졌지?”

재유는 구시렁거림을 무시했다. 이렇게 대답 잘해주는 사람이 있는데 굳이 스스로 머리 굴려서 답변을 추측해야 할 필요가 있겠는가?

갑자기 윤경택 감독이 화장실 문을 열었다. 휘성과 재유는 화들짝 놀랐다. 잘못한 게 없다 해도 어른이 갑자기 나타나면 학생으로서 놀라는 법이다. 그것도 엄한 어른이라면 더욱.

“곧 출발할 거니 준비 마쳐라.”

그는 간결하게 공지 사항을 전달하고 문을 닫았다. 재유는 나가려는 휘성의 등에 붙었다.

“너 뭐해?”

“준수 피하려고. 잘 숨으면 되지 않을까?”

“택도 없는 소리 하지 마.”

휘성이 어이없어하며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