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 3

재유승천일지

기상호는 지금 눈 둘 곳을 모르겠어서 천장만 올려다보는 중이었다. 동굴 벽을 투명한 몸통 옆면에 많은 다리가 달린 벌레가 기어다니고 있었다. 등에 반지르르한 비늘의 촉감과 그것이 품은 온기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덕분에 급류가 물놀이용으로 입었던 티셔츠를 벗겨갔지만 그렇게 춥지 않았다. 쉬어서 그런지 차가운 계곡물을 양동이째로 들이켜서 축 처졌던 육신에 기력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었다. 언제까지 그의 등을 받치고 있는 물체를 외면할 수 없는 노릇이라 상호는 심호흡해서 마음을 다잡고 고개만 돌려 주변을 살펴보았다. 거대한 뱀이 상호를 가운데에 두고 몸을 둥글게 만 채 자고 있었다. 솔직히 뱀이라고 하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네 다리가 있었으며 머리에는 봄철에 갓 돋아난 사슴뿔 같은..

빵상으로 추리물

12시 55분경, 떡대 좋고 키 큰 학생들 넷이 평안 고등학교 남자 기숙사 7층에 모여 속닥거리고 있었다. 급식실에서 밥을 먹고 있어야 할 시간에 나누는 은밀한 대화는 양아치들의 불량한 모임을 연상시켰지만, 내용은 다음처럼 시시하기 그지없었다. “이 층에 사람 없는 거 맞지?”“어.” 이휘성이 한 질문에 박교진이 답했다. 정말 사람이 없는 게 맞다면, 그걸 가져올 때가 되었다. 이휘성이 입을 열었다.“그릇이랑 포크는 누가 가지고 올 거야?”“나랑 교진이가 갖고 올게.” 지국민의 박교진의 손목을 잡고 들어 올렸다. 그렇게 각자 할 일이 정해진 셋이 남은 한 명을 쳐다봤다. 전영중은 의자에 기대앉아 손을 흔들었다. “나는 자리 맡아두고 있을게.”“쟤는 저럴 때마다 좀 얄밉단 말이지.” 박교진이 투덜거렸지만,..